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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장애인의 전환재활을 통한 자립생활 실현

작성자 정보제공담당 날짜 2026-03-12 10:33:14 조회수 8

[기고] 김재익 굿잡자립생활센터장/재활학 박사

 

장애인의 자립생활(Independent Living) 철학은 195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사이 미국에서 형성되었다. 당시 장애인들은 보호와 치료의 대상이 아니라 자기 삶을 스스로 결정하는 주체적 존재라는 인식을 주장하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자립생활 운동은 탈시설과 지역사회 정착,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의 확대라는 방향으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자립생활 담론은 종종 특정 장애 시기와 결부되어 이해되기도 한다. 일부 학자들은 자립생활을 선천적 장애인의 운동으로, 재활을 후천적 장애 즉, 중도장애인의 영역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이러한 구분은 일정 부분 설명력을 가지지만, 인간의 삶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그것은 지나치게 단순화된 이해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장애의 발생 시점이 아니라 장애 이후 삶을 살아가는 자세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선천성 장애인이나 발달장애인의 경우 자립생활의 핵심 목표는 탈시설과 지역사회 삶의 구축이다. 보호 중심의 시설 체계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스스로 삶을 선택하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된다.

그러나 중도장애인의 경우 상황은 다소 다르다. 중도장애인은 사고나 질병 등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장애를 경험하게 된다. 이들은 일정 기간 병원 중심의 의료재활 과정을 거치게 되며, 그 이후 삶의 방향을 다시 설계해야 하는 전환의 시기를 맞이하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등장하는 개념이 전환재활(Transition Rehabilitation)이다.

전환재활은 단순히 심신의 기능 회복을 위한 재활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병원 중심의 삶에서 지역사회 중심의 삶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따라서 중도장애인의 핵심 과제는 탈시설이 아니라 탈원화(脫院化)이다. 즉 병원이라는 치료 중심 환경을 지나 지역사회 속에서 다시 삶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도장애인은 이전의 삶을 다시 재구성해야 한다. 직장으로의 복귀, 사회적 역할의 회복, 경제적 자립, 인간관계의 재정립 등이 모두 중요한 과제가 된다. 전환재활은 이러한 삶의 재구성 과정을 지원하는 사회적·재활적 체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결국 전환재활의 궁극적 목적은 자립생활의 실현이라 말할 수 있다.

자립생활은 단순히 혼자 살아가는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이 자신의 삶에 대해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하며 책임지는 자유의 상태를 의미한다. 즉 자립생활은 인간의 자기결정권, 선택권, 자유를 실현하는 삶의 방식이다.

따라서 자립생활은 특정 장애 유형의 전유물이 아니다. 선천성 장애인에게도, 중도장애인에게도 그것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삶의 방향이다. 다만 그 과정이 다를 뿐이다. 선천성 장애인의 경우 그 과정은 탈시설과 지역사회 정착의 형태로 나타난다. 반면 중도장애인의 경우 그것은 탈원화를 통한 전환재활 과정으로, 그리고 탈원화를 통해 지역사회 재정착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장애인의 삶을 단순히 의료적 회복의 문제로만 바라본다면 인간의 삶 전체를 놓치게 된다. 재활은 단지 기능 회복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방향을 다시 세우는 인간적 과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장애 정책과 재활 체계는 의료재활 이후의 전환재활 단계를 거처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하며 책임지는 자립생활을 더욱 체계적으로 구축해 가는 과정이라 할 것이다. 병원에서 지역사회로, 환자에서 시민으로, 보호의 대상에서 삶의 주체로 이동하는 과정이 바로 이 전환의 시기를 지나 지역사회에 안전한 정착이 최종 목표이기 때문이다.

전환재활을 통해 중도장애인은 다시 우리가 함께 사는 사회 속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인간이 마땅히 누려야 할 자유와 자기결정의 삶, 곧 자립생활을 실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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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재익 ablenew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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