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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안 뽑고 비용 처리”… 대법원 판결에 흔들리는 의무고용제

작성자 정보제공담당 날짜 2026-03-16 09:23:14 조회수 9

▲대법원 전경 ⓒ더인디고
▲대법원 전경 ⓒ더인디고

  • 법원,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회사 비용(손금) 인정
  • “기업, 고용보다 부담금 납부 유인 커져”… 제도 보완 불가피

[더인디고]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은 기업이 납부하는 ‘장애인 고용부담금(부담금)’을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법적 논쟁에서 대법원이 민간기업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장애인 의무고용제도의 핵심 요소인 ‘부담금의 법적 성격’을 둘러싼 첫 대법원 확정 판단이라는 점에서 향후 제도 운영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12일 대법원은 장애인 고용부담금의 손금산입 여부를 둘러싼 소송에서 과세당국의 상고를 기각했다. 하급심(1,2심)과 마찬가지로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위법행위에 대한 처벌, 즉 벌금이나 과태료가 아니라 장애인 고용정책을 위한 재원 조성 성격으로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장애인 의무고용을 이행하지 않은 기업이 납부한 부담금은 법인세 계산 시 비용(손금)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100인 이상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가 의무고용률(민간 3.1%, 공공 3.8%)을 달성하지 못했을 때 미달 인원에 비례해 납부하는 금액이다. 올해 기준 고용 미달 수준에 따라 1명당 월 129만 5000원에서 최대 215만 6880원(해당 연도 최저임금 수준)까지 부과된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부담금의 법적 성격이다.
과세당국은 법인세법(제21조 5호)에 의거, 의무고용 불이행에 따른 제재적 공과금 성격이므로 손금불산입 대상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기업 측은 부담금이 벌금이나 과태료가 아니라 장애인 고용정책을 위한 정책적 분담금에 해당한다며 세법상 비용(손금)으로 인정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업, 비용처리 선택 가능성… 의무고용 취지 흔들릴 수도

문제는 이번 판결이 장애인 고용 정책에 미칠 영향이다. 현행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장애인고용법)’의 핵심은 의무고용 제도를 기반으로 기업의 장애인 고용을 유도하는 데 있다. 의무고용을 이행하면 고용장려금을 지급하고, 미이행 시에는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부담금이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될 경우 기업이 장애인을 직접 고용하기보다 부담금을 납부하는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국회 대응 부재 비판도

세법상 손금산입 여부를 둘러싼 법적 논쟁 과정에서 정부와 국회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심 판결문과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1991년 제도 도입 이후 기업 비용으로 인정돼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 법인세법 시행령에서도 손금산입 대상에 포함됐으며, 1997년 시행령 개정 이후에도 국세청 예규(2003.5.19)를 통해 손금 인정이 유지됐다.

하지만 2018년 기획재정부가 부담금을 의무고용 불이행에 따른 제재금 성격으로 해석하면서 손금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고, 이에 불복한 한 금융회사가 세무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적 분쟁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정부나 국회 차원의 제도 보완 논의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의 장애인 고용부담금 수준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낮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취재 결과 이번 법리 논쟁 과정에서 고용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물론 일부 학계에서도 관련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보완 요구 불가피… 입법·행정 대책 필요

남은 과제는 제도 보완이다. 우선 장애인고용법상 부담금 제도와 세법 해석 간 충돌이 발생한 만큼 입법적 정비 필요성이 제기된다. 부담금 수준 역시 재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업이 부담금 납부 대신 장애인 고용을 선택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제도를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아울러 공공입찰 참여 제한 등 행정적 제재와 함께 장애인 고용 의무를 초과한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이나 인센티브 확대 등 정책 수단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제 기업이 부담금 납부보다 실제 장애인 고용을 선택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의무고용부담금 수준과 정책 유인 전반을 재설계해야 할 과제가 정부와 국회에 남게 됐다.

[더인디고 THE INDIGO]

출처:더인디고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