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필요한 복지를 찾아서 연결해드립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나 장애인이 요양병원이나 시설에 가지 않고도 살던 집에서 의료진의 방문을 받아 치료와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제도가 오는 3월 27일부터 전국에서 본격 시행된다.

‘지역사회 통합돌봄’ 제도가 오는 3월 27일부터 전국에서 본격 시행된다. (AI 이미지 생성)
보건복지부는 5일 제3차 통합돌봄정책위원회를 열고 '지역사회 통합돌봄 추진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는 초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급증하는 돌봄 수요에 대응하고,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내고 싶다"는 국민 욕구를 반영한 제도다.
■ 무엇이 달라지나: “시설로 오지 말고, 집에 계시면 저희가 가겠습니다”
지금까지는 몸이 불편해진 어르신들이 스스로 병원을 찾아다니다가, 가족 돌봄이 한계에 다다르면 결국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로 입소하는 '사회적 입원’이 빈번했다. 의료, 요양, 돌봄 서비스가 각각 따로 운영되어 필요한 서비스를 일일이 찾아 신청해야 하는 불편함도 컸다.
27일부터는 이 패러다임이 바뀐다. 의사, 간호사,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가 집으로 직접 찾아가 진료, 투약 관리, 일상생활 돌봄을 통합적으로 제공한다. 핵심은 '어디에서 살 것인가’의 선택권을 어르신과 장애인 본인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특히 기존에는 장기요양 등급이 없으면 공적 돌봄 서비스 접근이 어려웠지만, 이제는 등급이 없어도 당장 돌봄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여러 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 누가 대상인가: 65세 이상 거동 어려운 노인부터 시작
1단계(2026~2027년) 우선 대상:
65세 이상 노인 중 거동이 어렵거나 병원 퇴원 후 돌봄이 필요한 경우
요양시설 퇴소자, 생애말기 환자 등 입원·입소 '경계선상’에 있는 노인
65세 이상 고령 장애인 전반
65세 미만이라도 지체·뇌병변 등 의료 필요도가 높은 심한 장애인
2단계(2028~2029년): 중증 정신질환자와 의료 필요도가 높은 모든 장애인으로 확대
3단계(2030년~): 돌봄 필요도가 높은 다양한 계층으로 확대
지자체장이 필요성을 인정하면 추가 대상자 선정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64세 이하 거동불편자나 만성질환자 중 신체기능 저하로 재활이 필요한 경우도 포함될 수 있다.
■ 어떤 서비스를 받나: 30종 서비스로 시작해 60종까지 확대
통합돌봄은 보건의료, 건강관리, 장기요양, 일상생활돌봄 4개 분야 서비스를 '묶음’으로 제공한다.
1단계 주요 서비스 (30종):
보건의료 분야 - 방문진료, 치매 조기발견·관리,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 정신건강 상담, 퇴원환자 지원, 농촌지역 왕진버스 등
건강관리 분야 - 보건소 방문건강관리, AI·IoT 기기를 활용한 스마트 건강관리, 노인 운동프로그램, 장애인 체육시설·재활서비스 등
장기요양 분야 - 방문요양·방문간호·방문목욕, 주야간 보호기관 내 24시간 단기보호 서비스, 재택의료센터 확충 등
일상생활돌봄 분야 - 긴급돌봄 지원, 독거노인 응급안전서비스, 퇴원환자용 단기 회복지원 주택(중간집), 집안 안전손잡이·단차 제거 등 주거환경 개선
2단계부터 추가되는 신규 서비스:
방문재활, 방문영양, 병원동행, 통합재택간호, 재가 생애말기 임종케어 등이 본격 제도화된다.
3단계에서는 노쇠예방부터 임종케어까지 전주기 서비스 지원체계가 완성되어 총 60종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 신청은 어떻게: “이제는 국가가 필요한 복지를 찾아서 연결”
신청 방법: 주소지 행정복지센터(읍·면·동)나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에 연락
절차:
신청 및 사전조사 - “혼자 식사 챙기기 어려운가요?”, “최근 넘어진 적 있나요?” 등의 질문으로 돌봄 필요도 판단
통합조사·판정 - 건보공단 조사원과 지자체 담당자가 가정 방문하여 인지상태, 의료 필요도, 신체기능, 주거환경 등 5개 영역 58개 항목을 종합 조사
개인별 지원계획 수립 - 시·군·구 '통합지원회의’에서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이 참여해 맞춤형 케어플랜 확정
서비스 연계·제공 - 계획에 따라 방문진료, 방문요양, 식사배달, 주거수리 등 필요한 서비스들이 자동으로 연결
모니터링 - 약 3개월마다 상태 점검 후 계획 조정
가장 큰 변화: 과거에는 “어떤 복지가 있는지 몰라서 내가 찾아다녔다면”, 이제는 "한 번 신청하면 국가·지자체가 받을 수 있는 복지를 찾아서 연결해준다"는 점이다.
다만 시행 초기에는 서비스별 개별 신청이 일부 필요하며, 2단계부터 완전한 ‘원스톱 신청’ 시스템이 구축될 예정이다.
■ 효과는 입증됐나: 시범사업서 입원율·비용 모두 감소
정부는 2019년부터 2025년까지 두 차례 시범사업을 실시했으며, 총 1만6천여 명이 참여했다.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요양병원 입원율: 참여군 9.4% vs 대조군 14.0%
요양시설 입소율: 참여군 3.2% vs 대조군 12.6%
의료·요양비용: 참여군이 대조군보다 1인당 38만원 절감 (퇴원환자는 517만원 절감)
가족 부양부담: 응답자의 75.3%가 "부담이 줄었다"고 답변
이는 통합돌봄이 불필요한 사회적 입원을 줄이고, 가족의 돌봄 부담을 완화하며, 의료비 절감에도 기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 앞으로의 과제: 지역 격차 해소와 단계적 완성
현재 시범사업 결과를 보면 지역별로 서비스 제공 수준에 상당한 격차가 있다. 전국 공통 서비스(시군구 90% 이상)는 23개에 불과하고, 지역별로 1인당 1~6.6개 서비스를 연계받고 있어(평균 3.1개) 체감도 차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상반기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농어촌 등 취약지역에는 공공의료 인프라와 사회서비스원을 통해 서비스를 우선 제공할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향후 5년간의 구체적 실행계획을 담은 '통합지원 기본계획’을 수립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일본, 영국 등도 10~20년에 걸쳐 제도를 성숙시켜온 만큼, 우리도 지속적인 보완과 개선을 통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통합돌봄 체계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Q&A] 통합돌봄, 이것이 궁금해요
Q. 비용은 얼마나 드나요?
A. 소득 수준과 서비스 종류에 따라 본인 부담금이 달라집니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은 대부분 무료이거나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으며, 일반 국민은 소득에 따라 차등 부과됩니다.
Q. 장기요양 등급이 없어도 신청할 수 있나요?
A. 네, 가능합니다. 등급이 없어도 지자체장이 돌봄 필요성이 높다고 판단하면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기존 제도와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입니다.
Q. 모든 지역에서 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나요?
A. 현재는 지역별로 차이가 있습니다. 정부는 실태조사를 통해 지역 격차를 분석하고, 취약지역에는 공공 인프라를 우선 배치해 격차를 줄여나갈 계획입니다.
Q. 가족이 대신 신청할 수 있나요?
A. 네,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이웃도 대리 신청이 가능합니다. 시장·군수·구청장이 직권으로 신청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통합돌봄 제도는 초고령사회를 앞둔 우리 사회에서 어르신과 장애인이 존엄하게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가족의 돌봄 부담을 덜어주며, 사회보장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출처:은평시민신문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