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김경식 칼럼니스트】장애인 노동자의 저임금 문제는 더 이상 추상적 논쟁이 아니다. 공식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고용노동부의 '장애인고용 통계'와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자료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장애인 임금근로자의 평균임금은 전체 임금근로자의 약 60~70% 수준에 머물러 왔다.
중위임금 기준으로 보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특히 중증장애인의 경우 비장애인 대비 임금 비율이 절반 수준에 근접한다는 분석도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이는 단순한 직종 차이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7조는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에 대해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최저임금 적용을 제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도 도입 취지는 고용 기회를 유지하겠다는 것이지만, 현실에서는 사실상 '저임금의 합법화'로 기능해 왔다는 비판이 거세다. 국회와 시민단체가 공개한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적용 제외 인가를 받은 장애인 노동자의 월 평균 임금은 법정 최저임금의 20~30% 수준에 그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월 30만 원대 임금은 생계유지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노동의 대가라기보다 훈련수당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적용 제외 인가 건수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제도의 존재 자체가 장애인의 노동을 ‘예외적 가치’로 규정하는 신호를 주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생산성이 낮으면 임금을 낮춰도 된다는 논리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이라는 헌법적·국제적 원칙과 충돌한다.
더구나 국제노동기구(ILO)는 장애를 이유로 한 임금차별적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할 것을 권고해 왔다. OECD 평균에서 장애인 임금은 비장애인의 약 85% 수준이지만, 한국은 그 격차가 훨씬 크다. 이는 개인의 능력 문제가 아니라 제도 설계의 문제다.
다른 선택은 없는가. 선진국들은 같은 문제에 대해 전혀 다른 처방을 내놓아 왔다. 핵심은 간명하다. 임금을 낮추지 말고, 차이는 사회가 보전한다는 원칙이다.
독일이 대표적이다. 독일은 중증장애인을 고용한 사업주에게 임금보조금을 지급한다. 장애로 인한 생산성 저하가 인정될 경우, 일정 기간 동안 임금의 상당 비율을 연방고용청이 보조한다.
재원은 일반 재정과 더불어, 장애인 의무고용을 이행하지 않은 기업이 납부하는 부담금으로 조성되는 통합기금에서 충당된다. 즉, 임금은 통상 수준을 유지하고, 기업의 부담은 사회가 분담한다.
보호작업장에서도 기본급과 성과급을 결합한 구조를 유지하되, 최근에는 일반 노동시장으로의 전환을 정책 목표로 명확히 설정하고 있다.
스웨덴은 한층 적극적이다. 임금보조제는 장애로 인해 노동생산성이 제한되는 경우 임금의 상당 부분을 국가가 보조한다. 보조율은 개인별 평가에 따라 차등 적용되며, 일정 기간 후 재평가가 이루어진다.
더 나아가 국영기업 Samhall은 장애인을 직접 고용해 시장임금에 근접한 수준의 보수를 지급한다. 임금을 낮추는 대신 공공이 고용주가 되는 방식이다. 저임금 고착이 아니라 노동시장 통합을 목표로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프랑스 역시 의무고용제와 재정기금을 결합한다. 민간기업이 장애인 고용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부담금을 납부하고, 이 재원은 AGEFIPH 기금으로 적립되어 임금보조와 직무조정, 직업훈련에 사용된다.
보호·지원고용시설(ESAT)에서는 최저임금(SMIC)을 기준으로 일정 비율의 보수를 보장하고, 그 차액을 국가가 지원한다. 최소한의 생계 가능 수준을 제도적으로 확보하는 구조다.
네덜란드는 지방정부가 개별 노동자의 생산성을 평가해 기업에 임금 차액을 보전한다. 참여법은 근로를 기본 원칙으로 삼되, 임금이 생계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보충급여를 지급한다. 시장임금과 복지급여가 단절되지 않도록 설계된 점이 특징이다.
영미권은 다른 경로를 택한다. 영국의 Access to Work는 임금 자체를 보전하기보다 직무보조인, 이동 지원, 보조공학 비용을 국가가 부담해 생산성을 높인다. 동시에 세제와 소득보장 제도를 통해 순소득을 보완한다.
미국은 근로장려세제(EITC)와 사회보장급여를 통해 저소득 근로자의 가처분소득을 끌어올린다. 시장임금을 직접 통제하지 않더라도, 실질 소득에서 격차를 줄이는 장치를 두고 있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첫째, 장애인의 노동을 ‘예외적 가치’로 취급하지 않는다. 둘째, 기업의 비용 부담을 전적으로 전가하지 않고 사회적 기금과 조세를 통해 공동 책임을 진다. 셋째, 보호고용이 영구적 저임금 구조로 고착되지 않도록 일반 노동시장 통합을 정책 목표로 설정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최저임금 적용 제외라는 장치를 통해 격차를 제도 안에 고정해 왔다. 이는 고용 유지를 명분으로 하지만, 실제로는 저임금 구조를 장기화할 위험을 안고 있다. 보호라는 이름 아래 노동을 분리하고, 분리된 노동에 낮은 가치를 매기는 구조는 결국 빈곤을 재생산한다.
이제 선택해야 한다. 첫째, 최저임금 적용 제외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거나 엄격히 제한하고, 그에 상응하는 임금 탑업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임금은 통상 수준을 유지하되, 생산성 차이는 국가가 보전하는 방식이다.
둘째, 근로장려세제와 사회보험 체계를 활용해 순소득을 실질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셋째, 보조공학과 직무재설계 지원을 강화해 생산성 향상을 임금 상승과 연결해야 한다. 넷째, 임금공개와 차별 시정 절차를 강화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현실화해야 한다.
임금은 단순한 경제 지표가 아니다. 그것은 사회가 그 노동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한 선언이다. 장애인 노동자의 임금격차를 방치하는 것은 곧 차별을 제도화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적용 제외라는 예외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노동의 존엄을 원칙으로 삼을 것인가. 더는 미룰 수 없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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