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16년부터 2027년까지 보건복지부 장애인예산은 2조에서 6조원대로 외형상 3배 이상 늘어났다. /자료=챗지피티
[더인디고] 지난 10여 년 보건복지부 장애인 관련 예산의 외형은 크게 달라졌다.
2016년 이후 추적·취합한 장애인 관련 예산을 살펴보면 2016년 1조9651억원 수준이던 예산은 2017년 2조원을 넘어섰다. 2027년 보건복지부 ‘장애인생활안정 및 재활지원’ 일반회계 예산안은 6조6189억원이다. 10여 년 사이 외형상 세 배 이상으로 커진 셈이다.
예산이 늘어났다고 해서 장애인의 삶도 그만큼 달라졌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장애인정책을 복지부의 예산과 사업만으로 바라보는 것 역시 한계가 있다.
따라서 어느 정부가 몇 퍼센트를 더 늘렸는지도 중요하겠지만, 지난 10여 년 복지부 중심의 장애인복지 재정과 정책의 무게중심은 어떻게 변했으며, 다음 10년에는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2조에서 4조로…2019년 25% 가장 크게 늘어
장애인 관련 예산은 2017년 2조670억원으로 첫 2조원대에 진입했다. 2018년에는 2조2213억원으로 늘었고, 2019년에는 2조7825억원으로 전년보다 25% 증가했다. 지난 10년간 가장 큰 증가폭이다. 이어 2020년 3조원대에 이어 2022년에는 4조원대를 넘어섰다.
이 시기 장애등급제 폐지와 수요자 중심 지원체계 전환이 추진됐고, 발달장애인 주간활동과 청소년 방과후활동서비스도 2019년부터 시행됐다. 예산의 증가와 함께 장애인정책의 범위도 현금급여 중심에서 활동지원과 돌봄, 발달장애인 지원 등 사회서비스로 넓어졌다.
그러나 서비스가 늘어나는 것과 장애인의 삶을 중심으로 지원체계가 작동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주거와 이동, 교육과 고용, 건강과 돌봄을 한 사람의 삶 안에서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는 여전히 남은 과제다.
5조원대로 커진 예산…개인예산제가 던진 질문
2023년 4조5천억을 넘어선 예산은 2024년에는 5조원대에 들어섰다. 2026년에는 추경 포함 약 5조934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제도 중 하나는 장애인 개인예산제다. 정부는 모의적용을 거쳐 2024년 8개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중요한 것은 사업 규모보다 이 제도가 던진 질문이다. 정부가 무엇을 공급할 것인가가 아니라, 장애인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먼저 물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문제는 선택권은 확대했다고는 하지만, 선택할 서비스가 지역에 없거나 개인에게 필요한 지원량 자체가 부족하다면 선택권 역시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한계계에 직면해 있다.
6조원 시대…‘장애인예산=복지부’에서 벗어나야
복지부는 2027년 예산을 일반회계 기준, 6조6189억원을 책정했다 2026년 본예산 5조9136억원과 비교하면 7053억원, 11.9% 증가한 규모다.
앞서 1편에서 분석했듯 증가분의 약 94%가 장애인활동지원, 장애인연금, 발달장애인 돌봄 등 세 영역에 집중됐다. 소득보장과 일상생활 지원, 돌봄을 강화하는 방향은 분명하다.
하지만 장애인의 삶을 바꾸는 데 필요한 예산이 복지부 울타리에만 있지 않다. 장애학생이 학교에서 배우는 문제는 교육정책이고, 장애인이 일자리를 구하고 일터에서 정당한 편의를 제공받는 것은 노동정책이다. 이동과 주거, 문화·체육, 디지털과 AI 역시 각 부처의 정책과 예산과 맞닿아 있다. 그런데 장애인의 삶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여전히 상당 부분을 ‘장애인복지’라는 이름 아래 복지부의 몫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질문을 바꿀 필요가 있다
장애인을 복지정책의 대상에만 머물게 할 것이 아니라, 모든 부처가 자신의 정책대상으로 포함하고 있는가를 제대로 따져야 할 때다. 복지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들이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사업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정책의 대상에 장애인을 포함하는 장애포괄적 접근을 하고 있는가 이다.
6조원 시대, 장애인의 소득과 돌봄, 활동지원 등 삶의 중요한 기반을 뒷받침하는 예산이지만, 장애인의 삶 전체를 복지부 예산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필요한 것은 장애인정책을 복지부의 개별 사업으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국가의 모든 정책과 예산에 장애인의 권리를 반영하는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같은 복지는 이제 그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예산과 서비스를 결정하는 순서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맞춤형 지원’, ‘수요자 중심’, ‘개인별 지원’이라는 말은 반복됐다. 하지만 예산과 사업, 지원기준을 먼저 정한 뒤 장애인의 필요를 그 안에 맞춘다면 진정한 맞춤형 지원이라 보기 어렵다.
그리스 신화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사람을 침대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침대를 사람에게 맞춰야 한다.
장애인정책도 마찬가지다.
정해진 예산에 장애인의 삶을 맞출 것이 아니라, 장애인의 필요에 서비스와 예산을 맞춰야 한다. 출근하기 위해 활동지원과 이동지원이 필요하고, 일터에서는 보조기기와 의사소통 지원이 필요하다면 이를 각각의 사업과 부처 안에서 따로 바라보기보다 한 사람의 삶이라는 관점에서 연결할 필요가 있다.
먼저 한 사람에게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를 묻고, 그다음 필요한 서비스와 지원량을 정하는 것이다. 예산은 그 뒤에 따라가야 한다. 개인예산제 역시 같은 기준에서 볼 필요가 있다. 개인이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중요한 변화지만, 선택할 수 있는 예산의 총량과 지역사회 서비스 기반 자체가 충분한가라는 질문까지 나아가야 한다.
‘선택할 권리’와 ‘필요한 지원을 받을 권리’는 같은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2조에서 6조로…이제 ‘삶’을 물어야
지난 10여 년 장애인 관련 예산은 2조원대에서 6조원대로 커졌다. 숫자만 보면 분명한 변화다.
얼마나 늘었는가를 넘어 그 예산이 장애인의 선택권과 자립, 교육과 고용, 건강과 주거, 이동과 문화 등 실제 삶의 변화를 얼마나 만들어냈는가를 물어야 할 때다.
예를 들면, 활동지원 예산이 늘었다면 몇 명이 더 이용하게 됐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필요한 시간만큼 지원받고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장애인연금 대상이 확대됐다면 수급자 수뿐 아니라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과 빈곤을 얼마나 줄였는지도 살펴야 한다. 개인예산제가 선택권을 말한다면 선택할 서비스와 지역사회 기반이 충분한지도 함께 봐야 한다.
결국 예산의 크기만큼 중요한 것은 예산이 누구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다.
정해진 예산에 사람을 맞추는 방식에서 벗어나 장애인의 필요에 예산과 서비스를 맞추는 것. 그리고 장애인의 삶을 복지부의 책임에 머무르지 않고 국가의 책임이자 모든 부처가 함께 책임져야 할 권리의 문제로 전환하는 것. 6조원 시대 장애인정책이 다음 10년을 향해 던져야 할 질문이다.
* 주석) 본문에서 제시하는 연도별 수치는 본예산과 추경 포함 여부 등 산정 기준에 차이가 있어 연도별 증가예산을 단순 비교하는 데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예산이 실제 집행되는 시점과 편성되는 시점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출처 : [더인디고 THE INDIGO]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