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 당사자 4인이 직접 말하는 금융 접근의 현실을 담은 제1회 장애인 아고라 '돈, 우리도 잘 굴릴 수 있다'
패널 사진.ⓒ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에이블뉴스 이슬기 기자】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한국장총)이 장애인 당사자 4인이 직접 말하는 금융 접근의 현실을 담은 제1회 장애인 아고라 '돈, 우리도 잘 굴릴 수 있다'를 제작해 오는 16일 복지TV에서 공개한다.
이번 방송에서는 뇌병변·시각·청각·발달 장애를 가진 패널들이 카메라 앞에 앉아 투자 앱 접근성부터 본인 인증, 금융 정보 이용까지 자신이 직접 경험한 장벽을 솔직하게 공유한다. 종목 선택의 어려움이 아닌, 계좌를 만드는 첫 단계에서부터 마주하는 배제에 대한 이야기다.
"이거를 어떻게 쓰라는 말입니까" 스크린리더가 읽어낸 증권 앱의 전부
시각장애인 전성도 패널은 현재 20개 증권사, 가족 계좌 합산 약 90개를 직접 운용하는 활발한 투자자다. 자녀 용돈 마련을 위해 시작한 투자로 공모주 전환 이후 "작년에는 용돈 주고도 남았다"고 말할 만큼 투자 역량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그가 방송에서 직접 켜 보인 증권사 앱 스피커에서는 "버튼. 버튼. 버튼."이라는 말만 반복됐다. 20개 앱 가운데 스크린리더로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두 곳뿐이며, 나머지는 기본 음성 안내조차 작동하지 않는다.
대안인 전화 ARS마저 2024년 하반기 영문 종목코드 도입으로 숫자 키패드 입력이 막혔다. 전화 연결을 기다리는 30분에서 1시간 사이, 공모주는 마감된다. 그는 또한 주식 영상을 소리로만 접하지만 화면의 차트와 그래프를 읽어주는 경우는 없다며, "'9만 9천 원에 있습니다.' 이렇게만 해줘도 얼마나 좋겠습니까"라고 전했다.
"카카오페이·토스·신한투자증권에 나눠 두고, 퇴직연금도 직접 운용합니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정책국장인 김주현 패널은 AAC 기기로 발언하며, 카카오페이·토스·신한투자증권에 계좌를 나눠 두고 종합보험 3개에 퇴직연금까지 직접 운용하고 있다. "경제 상황이 좋을 때는 수익률, 어려울 때는 손실 최소화"가 그의 원칙이다.
그러나 계좌 개설 과정에서 손 떨림으로 인해 안면인식 인증을 여러 차례 통과하지 못했다. 그는 장애인 단체 안에서도 "장애인이 주식 투자를 해?"라는 반응이 먼저 나온다며, 장애인을 복지 수혜자가 아닌 경제 주체로 바라보는 '자산 형성권(가칭)' 개념의 도입과 이를 뒷받침하는 금융 교육 및 상품 설계를 제안했다.
"들어가는 문이 닫혀 있어서" 전화 본인 확인 차단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사회복지사 이혜경 패널은 현재 은행과 보험만 이용한다. 투자를 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다. 앱으로 가입을 마쳤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목소리로 통화를 할 수 없는 농인에게 전화 본인 확인은 절차가 아니라 차단이었다. 그는 수어 통역이나 쉬운 자막 없이 유튜브 금융 콘텐츠를 이용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은행 일부 지점의 태블릿 소통 시스템을 긍정적 사례로 소개했다. 상담사가 말하면 태블릿에 텍스트가 뜨고, 자판을 치면 상담사에게 전달되는 이 방식 덕분에 수어 통역 없이도 대화가 가능해졌다고 전했다.
청약저축으로 내 집 마련을 꿈꾸는 동료상담가
피플퍼스트 광진센터 동료상담가 이태현 패널은 지금 청약저축을 붓고 있다. 목표는 하나, 언젠가 내 집에서 독립해 사는 것이다. 저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조차 혼자서는 알기 어렵다고 했다. 금융인증서 발급 절차가 복잡해 부모나 활동지원사가 대신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고, 나를 위한 정보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벽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알기 쉽게 알려주시면 잘 할 수 있습니다. 다 같이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권재현 한국장총 사무차장은 이날 논의를 이렇게 정리했다. "우리는 보통 종목 선택의 어려움을 이야기하지만, 여기 계신 분들은 가입 단계, 본인 인증 단계부터 벽을 만납니다." 전성도 패널이 꼽은 토스뱅크·토스증권 사례처럼, 접근성을 고려한 설계가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이 이번 방송에서 확인됐다. 권 사무처장은 "설계와 바라보는 관점이 이런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어느 곳을 칭찬하는 게 아니라, 지향점으로 삼자는 겁니다"라고 강조했다.
제5회 장애인 아고라 '돈, 우리도 잘 굴릴수 있다'는 16일 낮 12시 복지TV에서 시청할 수 있으며, TV 방영 후 한국장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시보기가 제공된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출처 : 에이블뉴스 원문보기